[리에쿠로] 고백 이명 같은 정적이 흘렀다. 흔히 운동신경이 탁월한 선수들에게 보인다고 하는 느린 화면의 시야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일 테다. 방금 손끝에 닿았던 공이 떨어지며 그리는 포물선까지 보인다. 흠 잡을 데 없는 곡선이다. 공이 코트 바닥에 닿자 귀를 막고 있던 음소거가 풀리고 우렁찬 환호성과 함께 동료 선수들이 달려와 덮쳐든다. 완벽한, 블로킹, 쿠로오, 승리, 마구잡이의 단어들이 뒤엉켜 들린다. 멍하니 바라본 점수판의 숫자가 바뀌고 나서야 현실의 감각이 돌아왔다. 마지막의 내 블로킹으로 이겼다. 네코마의 승리다. 우리 선수들은 모두 상기된 얼굴로 코트에서 퇴장했다. 춘계 대회에서 앞으로 매순간이 고비 같은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 전의 가장 큰 고비는 무사히 넘겼다. 나 역시 최대한 자제하고 있으나 .. 더보기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