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쿠로아카] Killing Me Softly _ A 한낮의 뉴욕, 낡아빠진 데다 인적이 드문 어느 펍 앞에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섰다. 운전석에서 기사가 먼저 내리더니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짙은 썬팅이 된 차의 문 뒤로 40대 중반에 백발이 섞인 갈색 머리를 한 백인 남자가 정장 자켓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보도에 발을 디뎠다. 남자는 때가 잔뜩 끼어 본래의 색깔을 알아볼 수 없는 보도를 구두코로 두어 번 긁었다. 손에는 지포 라이터처럼 생긴 무언가를 꼭 쥔 채 남자는 기사를 두고 펍의 문을 열었다. 바 안쪽에서 느릿하게 유리잔들을 닦고 있던 펍의 주인은 흔한 인사도 건네지 않고 남자를 한 번 흘겨보기만 했다. 남자는 무관심한 주인의 응대에도 아랑곳 않고 오로지 한 자리만을 바라보고 어둑한 조명 아래를 걸어갔다. 그가 거두절미하고 앉은 자리에는 이미 ..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