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쿠로보쿠] Innocent as Sheet _ B 리에프는 이곳에서 가장 그럴싸한 중급 호텔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고작 중급이었다. 마루는 낡아서 걸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욕실의 백열구는 완전연소를 목전에 두어 희미하게 깜빡거렸다. 무엇보다, 관리인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이곳에 묵었을 몇 사람이고의 냄새가 누적되어 방 안 구석구석에 배어 있었다. 내가 질색팔색을 하며 호텔을 바꾸라고 해도 리에프는 요지부동이었다. 어차피 이사할 건데 짐 옮기기 귀찮아요, 따위의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사실 손톱 만한 객실을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채운 그의 짐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 아예 거주하기 위해 왔다는 말이 정말 말 그대로였는지 러시아에서의 살림살이를 몽땅 가져온 모양이었다. 심지어 5살 때부터 모았다고 하는 ..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