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겸] 반복적으로 버려지는 칫솔들에 얽힌 어느 서사 석민은 굉장히 불쾌한 느낌 속에서 눈을 떴다. 눈앞에 분명히 다른 사람이 누워 있었던 구겨진 시트의 흔적만 남겨진 것을 보고 불쾌 수치는 이미 높은 시작점에서 급격히 상승했다. 이 새끼 또 튀었어. 장본인이 들으면 억울하다고 할 표현이었지만 새벽까지 물고 빨고 하던 사람이 눈뜨기도 전에 사라졌으니, 석민의 입장에선 그보다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이불을 발로 뻥 찼다. 이불은 잘 날아가지도 않고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걸 다시 시트와 함께 그러안고 욕실로 가서 세탁기 안에 우겨 넣어버렸다. 부피가 커서 한 번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석민은 한숨을 내쉬어 화를 한 번 삭힌 다음 이불을 먼저 넣고 버튼을 눌렀다. 회전과 함께 시작된 진동 소리에 잠시 가만히 마음을 진정시..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