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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디

[목청] Twice like the Once





  아오미네,

  
하고 움직이는 저 입술이 참으로 뻔뻔했다. 아무리 억눌러도 치솟아 오르던 기억들이 기어이 전신의 감각을 지배해버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해.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으나 도무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그를 인식하자마자 굳어진 표정하며, 지금도 까딱할 수 없는 손가락까지 모두 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키요시와 조우한 이곳에 다른 누구도 없는 것이 다행인지 아니면 완벽한 범죄의 조건인지 판단조차 할 수 없었다. 오로지 떠오르는 것은 그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사뿐이었다.

  “사람 많은 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네.”
  “…끌려온 거야.”
  “아, 역시 그렇구나. 갑갑해서 한 숨 돌리려고?”

  
하여튼 제멋대로 아는 척 하는 건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인상과 변함이 없다.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속내를 파악할 수 없는데다 어딘가 능구렁이 같고 꼴에 예술가랍시고 습관적인 음울한 면도 얼핏 보인다. 아오미네가 이제껏 만나왔던 부류 중 어느 한 끝자락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래서 불편하고, 거슬리고, 신경 쓰인다. 더욱이 몸까지 섞은 뒤로는 단 하루 한 순간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건 몹시 뒤틀리고, 불쾌한 기분이었다.

  
“여기보단 사람 많은 쪽이 낫겠어.”
  “잠깐.”

  
돌아서려는 아오미네의 팔뚝을 묵직한 아귀힘이 잡아 세웠다. 그 찰나에도 수천 번을 그리던 손의 감각에 반가이 반응한 자신이 죽도록 미웠다.

  
“내가 불편해?”
  “-당연한 걸 왜 물어?”
  
“왜?”
  
“씨발,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뭐가 무섭느냐고?

  
아오미네는 대답할 수 없었다. 무서워? 눈앞의 네놈이?
  
무섭다기보다는 지금 당장 가슴에서 흘러넘치는 감정을 주체하기도 힘들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게 뭐야.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난-”

  
입을 떼는 순간 가슴이 턱 막혔다. 스스로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칭한 이는 예의 올곧은 시선으로 아오미네를 위협했다. 그 시선이 과녁을 향해갈수록 첨예해져 끝내 먹먹한 둑을 터트릴 기세였다.

  
“아오미네.”
  “ㅡ.”
  
“여전히 사랑스러워.”
  
“-닥쳐!!”

  결국엔 이 꼴이었다. 그는 의도된 언행을 태연히 휘둘렀고 아오미네는 뜻대로 휘청거렸다. 다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예상한 비참의 정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너 왜 자꾸 나타나서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거야! 한 번만 더 지껄였다간 공인이고 뭐고 안 봐줘.”
  “아오미네.”
  
“닥치라고 했다.”
  “아오미네.”
  “닥쳐!”
  
“아오미네.”
  
“…….”
  
“…내일, 같이 점심 먹자. 아오미네.”

  
어디까지 그 유들한 얼굴로 오만방자하게 굴 셈이야. 아오미네의 이가 악 물린 소리를 내며 갈렸다. 주먹이 올라갈 뻔한 것을 팽팽한 인내심의 중력으로 겨우 짓눌렀다. 대신 몸에 지나치게 가중된 감정들을 죄 쏟아냈다.

  
“제기랄-”
  
“…….”
  
“너 내가 싫어서 이렇게 괴롭히는 거냐? 내 꼴을 보니 즐거워?”
  
“사랑스럽다고 말했잖아, 아오미네.”
  
“지랄하지 마! 난 너 때문에-”
  
“…….”
  
“윽- 너 때문에… 미친 사람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넋 놓고- 너 같은 새끼가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그딴 말을 지껄이는 지도 모르겠고- 나랑 전혀 안 맞는 주제에… 자꾸 그 날만 생각나서 미쳐버리겠다고!! 내가 어쩌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르는데- 겨우, 만나서 또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나 지껄이질 않나- 이딴 거 하나도 맞지 않아, 이런 거 내가 아니라고! 난-”


  아아, 사랑스럽다.

  
경련하며 엉망인 말을 내뱉는 아오미네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요동치는 그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며 바라보는 내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자신을 잃고 방황하고 흔들리고 약한 모습을 거침없이 뱉어내는 그의 모습은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순간까지도 이미 까발려진 치부를 가리려 애쓰는 그의 모습이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말들을 내뱉었던 입술을 덮고 혀의 자유를 박탈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아오미네를 품에 안으며 키요시는 벅찰 만치의 쾌감을 느꼈다. 누가 뭐라 하든 그 어떠한 변태적인 감정도 아니었다. 단지 품 안의 아오미네가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을 뿐. 그의 점막을 빨면서 적나라한 소리를 내면 경직되는 뒷목을 쓰다듬어 노곤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몇 천 번이나 그렸는지 아는가. 희롱의 대상인 본인은 절대 모를 것이기에 키요시는 더한 희열을 느꼈다.

  
“하…, 아오미네.”
  
“…….”

  
아오미네가 굳이 욕을 짓씹지 않더라도 그가 몰아쉬는 숨이 어떤 감정들인지 알 수 있다. 후회, 쾌감, 두려움, 벅참, 절망, 기대감. 무언가의 소용돌이가 있다면 아마 그의 선정적인 숨 속에 전부 들어있지 않을까. 지금 키요시 자신의 전부가 아오미네 안에 있듯이.

  
키요시의 전신이 아오미네를 좀 더 확실히 압박했다. 역시 달뜬 숨과 함께 그의 귀에 속삭였다.

  
“넌 두 번은 없다고 했지.”
  
“…….”
  
“좋아, 그것도. 나랑 겪는 모든 게 낭떠러지에 선 기분이 들도록 해줄게. 매 순간이 마지막일 것처럼-”

  
키요시가 숨을 들이쉬는 순간 아오미네도 호흡을 당겼다. 일순 숨이 멎었다, 그의 말대로.


  
“그러니까, 내일 같이 점심 먹자.”

  
그리고 그것이 최초이자 최후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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