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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디

[리에쿠로] 쿠로오 생축




누군가 뒤에서 압박하고 있다는 감각은 소름끼치는 동시에 짜릿한 쾌감을 준다. 달아오르는 열 그 자체의 몸뚱이가 날 짓누르고 정복하려는 느낌은 늘 생경하기 때문에 욕구는 채워질 줄 모르고 더욱 갈망하게 된다. 귓가에 닿는 뜨거운 호흡은 이명을 만들고 커다란 덩치의 존재감은 시야를 하얗게 만들며 촉감과 열은 척추를 타고 하복부에 몰린다. 섹스할 때 등 뒤에서 덮쳐오는 녀석의 압박감에 난 오감을 그에게 내주게 된다.


  "쿠로상, 허리..."

  "읏-, 응..., 응- 됐냐...?"

  "응, 잘했어요."


  리에프의 입술이 뒷목에 닿았다 떨어졌다. 그 작은 촉감과 열기가 더해진 것만으로도 나는 온몸을 떨었다. 평소의 나는 이렇게 순종적이지 않다. 그러나 리에프와 섹스하면서 녀석이 날 압박할 때에 상황은 역전된다. 그의 바람대로 몸을 움직이고 정복 당하는 쾌감에 도취되고 싶어 이성을 놓아버린다. 요즘의 나는 더더욱 그렇다. 리에프가 민망할 정도로 그의 몸을 갈구하고, 또 갈구하지만 다행인 것은 녀석 역시 나를 원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조금 덜 수치스러워하며 그에게 매달릴 수 있다.


  "헉- 흑...! 더, 더 세게 해..."


  곧이어 둔부에 매질하듯 부딪혀오는 리에프의 골반 힘에 아찔해진다. 이미 섹스의 최고조에 달해가는 중이기 때문에 온몸이 달뜬 상태지만 새삼 녀석의 거대한 체격을 체감하게 될 때마다 쾌감의 피치는 한 단계 더 올라가게 된다. 이전의 나는 이런 감각을 알지 못 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키 187의 남자인 내가 그런 기회를 가지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리에프가 나타났고 녀석은 나에게 처음으로 이런 종류의 쾌감을 알려주었다. 나보다 커다란 상대에게 깔리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고 쾌감의 역치는 높아져만 갔다.


  허리를 세우고 피스톤질을 하던 녀석이 속도를 늦추더니 가슴팍을 내 등에 완전히 겹쳐왔다. 밀착된 무게감에 버티고 있던 팔꿈치가 쓰러지려는 것을 겨우 다잡았다. 고개는 아예 내 목덜미에 파묻어버렸다. 정사로 기민해진 신경 덕에 목 뒤에 닿은 리에프의 높은 콧대와 얄쌍한 입술이 그려지듯 느껴졌다. 리에프는 입술을 곧 내 귓볼로 옮겨, 버릇처럼 그것을 짓씹고 빨아댔다. 아래에서 상체가 앞으로 쏟아질 정도로 박아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물고 빠는 행위는 산만하기 그지 없었다.


  "하나만, 하나만 해. 바보야..."

  "그치만 쿠로상, 츕- 하나라도, 쪽- 놓치기 싫은 걸요..."


  날 누르는 거에나 더 집중해. 그렇게 말하면 압박감에 중독된 새디스트처럼 보일까봐 대신 끙끙대는 신음을 뱉었다. 리에프의 커다란 손이 시트를 움켜쥔 내 손 위로 덮쳐왔다. 그걸 보자 잔뜩 발기해서 사정 직전까지 몰린 내 성기에서 프리컴이 뚝뚝 떨어졌다. 리에프와 관계하게 되면서 알게 된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건 내가 나보다 큰 상대에 대한 어떤 페티쉬가 있다는 것. 체격 자체가 크든 내 것보다 큰 신체의 어떤 부위가 겹쳐지든 그게 나의 섹슈얼 텐션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리에프의 전신은 내 페티시인 셈이다. 그리고 그런 놈하고의 섹스는 성감의 극치를 시험하는 일이고.


  "나, 윽, 갈 것, 갈 것 같-... 아...!"

  "잠깐. 참아요, 오늘 쿠로상... 후으- 너무 흥분한 거 아녜요...?"


  내 양손을 덮고 있던 손 하나가 내 복부를 타고 내려가더니 성기를 힘 있게 움켜쥐었다. 언제든 사정할 준비를 하고 있던 페니스는 출구가 막히자 더욱 조급해졌다. 이 덩치만 큰 꼬맹이가 오늘은 너무 기어오른다. 거부감에 한쪽 날개뼈를 들썩여보았지만 리에프는 제 가슴팍에 체중을 실어 내 반항을 가볍게 눌러버렸다. 젠장. 힘으로 눌린 게 쪽팔려서 열 받아야 하는데 힘으로 제압당했다는 사실에 흥분한 것 때문에 쪽팔려서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너 진짜, 흐- 으윽... 혼나고 싶지, 오늘?"

  "오늘 혼나는 건, 하아-... 쿠로상인데요. 누가 봐도."

  "이게 진짜..."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조차 빠듯한데 리에프는 약 올리듯 삽입하는 박자에 엇박을 끼워 쳐올린다. 정액들이 참지 못하고 그의 손가락 틈새로 비져나온다. 분하지만 리에프는 이제 나를 자극하는 포인트를 매우 잘 알고 있다. 녀석에게 복수하고 싶지만 지금 온몸이 압박당하고 있는 채고 사정을 참느라 관절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사정하고 싶어 몸을 들썩이니 리에프는 내가 들썩이는 곳마다 제압하며 제 힘을 과시한다. 사방이 막히자 답답한 마음에 우는 소리가 입가에서 멋대로 새어나왔다. 죽을 것 같다. 나에게 밀착된 리에프의 압박감이, 무게가, 존재감이, 숨 막힐 정도로 나를 압도하고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억울하고 흥분돼서 눈물까지 고인다. 후배위여서 천만다행이다.


  "가고 싶어요, 쿠로상?"

  "아-...! 하, 읏- 몰라, 으응... 빨리 좀 놔...!"

  "제대로 말해주면, 후-... 놔줄게요. 응...?"


  이 자식이-. 제멋대로인 호흡을 쉬며 고열 속에 몸부림치면서도 괘씸한 마음이 마구 들었다. 녀석이 지금 간과하는 게 있다면 놈이 나의 성감대를 잘 아는 만큼 나도 녀석을 잘 안다는 것이다. 나는 부러 이 괘씸한 마음과 억울함을 숨기지 않은 채 고개를 살짝 돌려 그것들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녀석을 흘겨보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어깨와 아직 훔치지 않은 눈가의 물기는 덤이다.


  "하, 하이바상... 놔아.. 주세요... 흐읏- 부.. 부타-"

  "읏-...!!!"


  갔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에프가 사정했고 그의 아귀힘이 빠지자 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사정해버렸다. 리에프가 삽입했던 제 물건을 빼고 옆으로 몸을 돌려 뻗어 누워버렸다.


  "쿠, 쿠로상 그건 반칙이에요. 하아..."

  "반치익-?"


  나는 이제 겨우 모양이 잡히는 리에프의 복근 아랫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게 완전 딱딱하지도 않고 제법 말랑하기도 한 게, 촉감이 딱 적당하다. 방금 전의 정사로 인해 들썩이는 율동감도 썩 좋다. 그리고 절대적인 우위의 시선에서 이 기고만장한 녀석을 내 뜻대로 흥분시키고 나를 더욱 탐하게 만들 수 있는 자리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아깐 아주 잘도 까불더니 말 끝나기도 전에 가버린 건 뭐야? 그거야말로 반칙 아냐?"

  "그건-! 쿠로상이 너무 야한 탓이라구요! 진짜, 진-짜 곤란해요."

  "말은 잘 하지. ...너, 가만 있어."

  "에? 뭐하는 건데요? 설마 이대로 넣.. 헉-"

  "하-..! 으으응... 너, 흐으... 내 몸에 손대면, 하..."


  날 올려다보는 리에프의 눈동자에는 다가올 욕망의 저지선에 대한 원망과 불안함이 선명히 드러났다. 내 허리를 잡고 싶어 안달 나 들썩이는 녀석의 어깨를 보는 것도 참 재미 중의 하나다. 


  "일주일간, 흐읏...섹스 금지."

  "네?! 쿠로상, 그건 무리-...!!"

  "쉿-, 그러니까..."


  리에프의 복근을 받침대 삼아 손 끝으로 누르면서 허리를 한 번 들어올렸다. 녀석이 다급한 마음에 허리를 튕겨 올리자 제 페니스가 내 애널에 밀착되어 따라붙었다.


  "감상만 부탁드릴게요, 고객님."


  그 뒤의 나는 제 고삐를 스스로 쥔 망아지였다.






*






  "쿠로상."

  "응?"

  "...생일 축하해요."


  아, 12시 지났나. 협탁 위에 놓여 있는 시계의 바늘이 어느새 3을 가리키고 있었다. 집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운 게 10시였던 것 같은데. 늦은 시간이라는 걸 확인하자 피로감이 밀려왔다. 내일 나란히 지각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자야 한다. 잘 준비를 하려고 이불을 끌어올리자 리에프가 옆에 바싹 붙었다. 아직 정사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아 그 체온이 따뜻하기보단 후끈했다.


  "근데 생일 선물은 오히려 제가 받은 느낌."

  "푸핫."

  "앗, 그래도 걱정 마요. 쿠로상 생일 선물 제가 확실히 준비했으니까."


  의기양양한 얼굴이 안 봐도 뻔하지만 굳이 한 마디 했다.


  "'생일 선물은 저예요♥' 같은 소리 하면 환불할래."

  "엑- 설마 제가 그런 유치한 소릴! 그리고 환불이라뇨! 어디다 환불할 건데요? 어디다?!"


  러시아? 라고 답했다가 녀석의 강아지 눈빛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한참을 징징거리다 내 팔을 붙들고 어깨에 밀착해버린다. 방금 전 섹스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나는 이런 리에프의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실은 좋아한다. 천진한 어린 아이의 면모를 가졌기 때문에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잠자리에서 나를 압도하는 의외의 모습에 내가 흥분할 수 있고 평상시에는 그 솔직함에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길들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커다란 덩치에 항상 무언가를 갈구하는 얼굴을 가졌다는 건, 제법 매력적이지 않은가.


  "어쨌든, 생일 축하해요."

  "응, 땡큐."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테츠로상."

  "...응."


  축하를 받았지만 리에프의 말대로 선물은 내 쪽에서 준 기분이 들었다. 주는 기분이라고는 하지만 아깝지도 않고 동시에 그로 인해 받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묘한데. 얼마 전 리에프의 생일에는 그 반대를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리에프가 그 때의 내 기분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평화로운 등교를 위해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는데도 옆, 이라고 하기에는 더 가까운 거리의 열기는 여전하다. 조금 덥기는 하지만 겨울을 나기에 이 열기가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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